며칠에 걸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주에 3번 정도 읽었더니 2주 동안 보게 되었다.
어느 날은 1시간정도 읽었고 어떤 날엔 15분 정도 읽어선지
꽤 오랜기간에 걸쳐 보게 되더라.
책의 절반은 이방인에 대한 내용이고
절반은 작가가 연극인한테 답장한 편지와
미국서문 및 옮긴이 김화영의 작품해석
그리고 작가의 생애로 구성되어 있다.
읽다가 왠지 모르게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생각났다.
극 중 주인공인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마치 나랑 상관없는 사람의 장례식인양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뫼르소의 행동 때문에,
아몬드의 윤재가 떠오른 것 같다.
뫼르소의 어머니는 생명이 다해서 돌아가신거고
윤재의 경우는 살해당한거라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 다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표현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처럼 슬픔을 내비치지 못하는게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1부를 보면선 뫼르소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쭉 이어져있었기에
내가 느낀 뫼르소는
물어본 것에만 대답하는 말이 적은 사람
마리에 대한 성적욕구가 있어 관계를 이어나가지만
결혼은 해도좋고 말아도 좋고 별 상관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이웃인 레몽이나 할아버지같은 사람과 대화할 때도
그닥 편견을 갖지도 않지만
쓸 데 없는 말을 하지않고 관계가 좋아지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내내 솔직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는 사람
2부는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인한 재판내용이었다.
재판 내내 검사는 살인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어머니의 장례식 때의 뫼르소의 태도와
연관 지으면서 뫼르소가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들이 꽤나 많이 나왔는데
그 때 마다 굉장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억지도 정도껏 써야지
뫼르소가 무감정한 태도를 보였다고
사형받아 마땅하다니
말이야 방구야
차라리 뫼르소가 아랍인을 살인했기 때문에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 몰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군데서
뫼르소의 심정이 아주 잘 이해가 됐는데
하나는 재판 이전 판사와 뫼르소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고
이땐 뫼르소가 화내지않고 따분해하며
일관되게 점잖은 태도로 대화가 어서 끝나길 바라기만했다.
다른 하나는 사형선고가 내려진 후 뫼르소와 사제의 대화에서
뫼르소가 사제에게 내면에서 올라온 깊은 짜증을 내는 장면이다.
처음으로 뫼르소가 감정을 터트린 장면이라그런지
더 몰입하게 되었다. 폭주한다고 표현하는게 맞으려나?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가장 잘 이입됐던 것과는 별개로
2부 내내 개똥논리를 펼치는 검사와 변호사를
바라보며 재판장 내에서 뫼르소 자신이 느낀 감정과 생각을 쭉 표현하는데
번역을 잘한건지 아님 알베르카뮈가 표현을 잘한건지
아님 둘다인건지 모르겠지만,
특유의 그 무미건조한 말투로
뫼르소가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있었다.
뫼르소 1인칭 시점이니 당연하겠지만
어느새 나도모르게 뫼르소에 이입하고있었다.
이 책을 읽을 땐 왜 이방인이라고 지었을까 싶었는데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랜만에 꽤나 재밌는 책을 만나서 좋았다.
사실 뒤에 해설 부분을 볼까말까 하다가 안보고 넘길라했는데
저녁먹고 배가 부른탓에 핑계삼아 읽어보았다
안읽었으면 후회할 뻔,
내가 고스란히 작가가 의도한대로 따라갔더라
작가가 강조한 포인트에서 내가 가장 몰입했던것도 신기하기도하고
무엇보다도 번역가의 해설이 꽤나 재밌었다.
재출판되던 2010년대에 번역가가 처음에 번역했던걸 갈아엎었다고 하셨는데
40년대 생이심에도 그런 열정을 가진게 멋있었다.
나같으면 게을러서 그냥 번역했던거 그대로 썼을 텐데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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